(퍼온글) 박용호 선생님 말씀(2)
아뭏튼 학생시절부터 꽤나 불려 다녔지,,, 그러다가 1966년에 서울 시립 국악단이 창립 되더군요 그래서 창단멤버로 들어갔지요,, 그런데 그 때부터 언제나 대금주자 중에 제일 앞자리에 앉았거든요!
물론 나보다 훨씬 어른들 그러니까 민속악한 분들이 있었는데,, 아 이 양반들이 창작음악을 할적에 악보를 읽지 못하는 거라! 그러니 제일 어린 축인 내가 오히려 수석 자리에 앉아 악보를 보고 연주하고 나머지 어른 들은 내가 부는 걸 보고 눈치껏 따라 부는거라! 그러니 어른 들 앞에서 틀릴 수도 없고 나는 무조건 단 한군데도 틀리면 안되는 거야,, 그러니 악착같이 정확하게 악보대로 보는게 아주 습관이 되었지요,, 그러다보니 음악도 늘게 되고, 그래서 이 나이에 나처럼 창작음악 산조 정악을 두루 섭렵한 사람도 없습니다. 근데 그 민속악 한 분들이 악보는 볼 줄 몰라도 따라서 외우는데는 천재적인 소질들을 가졌더군, 내가 악보 보고 연주하는 걸 몇번 따라해 보고는 그냥 무대 위에서 별 탈이 없이 연주하는 거야! 그래서 아하 이게 사람마다 재주가 다르구나 생각했지요,,
그래 이리 저리 불려 다니는데 참 나는 음악인으로 금껏 행복하게 대접 받고 살아 왔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녹음실에서 녹음하는 건 거의 내가 도맡았다고 볼수 있지요, 근데 이게 악보를 받고 미리 연습하는게 아니고, 아예 녹음실에서 악보를 처음 받아가지고 그대로 녹음하는 거예요,, 이게 아주 관례처럼 되었는데 얼마전 지방엘 갔더니, 수철이가 만든 천년학이란 걸 내가 불었다고 어떤 젊은이가 불어 달라는거야,, 근데 정작 나는 그게 무슨 곡인지 모르거든? 들어본적도 없으려니와, 녹음실에서 내가 불었다해도 당시 그냥 악보를 받아 바로 그자리에서 몇번 불어 보고 녹음을 하고,, 그리고 녹음 끝나면 뒤도 안돌아보고 그 음악을 다시는 듣지도 않거든, 그러니 내가 연주한 곡을 내가 모를 수 밖에 참 어이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사실이 그랬어요,